slide-image

헛되이 나는 너의 얼굴을 보려 수많은 생을 헤매었다

거듭 태어나 너를 사랑하는 일은 괴로웠다


위미리 동백 보러 가 아픈 몸 그러안고서도, 큰엉해안이나 말미오름에서도, 빙하기 순록과 황곰 뼈의 화석이 나온 빌레못동굴 앞에까지 와서도 나는 이렇게 중얼거린다


저 멀구슬나무나 담팔수, 먼나무가 당신과 아무 상관없다고 확신할 수 없는 이 생이다

너에게 너무 가까이도 멀리도 가지 않으려고


헛되이 난, 이 먼 곳까지 왔다



(기억의 행성, 2011년, 문학과지성사)

'l♡ve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Time is a dimension  (0) 2020.07.20
2  (0) 2020.07.02
충만한 사랑에 대하여_백가희  (0) 2020.06.15
1  (0) 2020.04.05
당신이 빛이라면_백가희  (0) 2020.03.21